안녕,기니픽 친구들?  -  2005/09/07 01:03

둥그런 타원형 체형에,짧고 연약한 다리,큰 머리,(거의)3등신-
인간에게 친밀감을 불러 일으킬 요소는 거의 다 갖고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네 발을 가지고 따스한 털에 싸인 다양한 작은 포유류들에게
언제나 즐거운 호기심을 느끼며 산다.
(유감스럽게도 그게 언제나 보드라운 애정과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이어진 것만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이번에 이사를 와서 새로이 만나게 된 동물 친구들은
바로 이 녀석들,기니아의 돼지,기니픽인 것이다.
(사실 돼지는 아니고 토끼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어린 시절의 햄스터들과 대학시절의 토끼와 다람쥐 숙자를 거쳐
4번째의 설치류 친구인 셈인데...
어째 설치류들은 작고 연약하고 의술의 혜택과도 좀 멀어..
혹시나 하는 걱정에 아직은 놈들에게 이름도 붙여주지 않았다.

사과4개로 바꿔 모셔다 준 새 친구가 상자안에 숨으니
덩달아 그 작은 상자 속에 둘이 껴서는 주위를 경계한다


지금 나의 방에 있는 기니픽은 모두 두 마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배운 감별 결과는 둘 다 수컷이므로
놈들이라고 부른다.-_-;;

사실 처음부터 두 마리는 아니었다
지지난 주말,홈플러스에서 사실 내가 고려했던 건
공간이나 식비 걱정이 상당히 덜한 햄스터들이었는데,
귀여운 외모와 대조적으로 의외의 잔인성에 좀 망설이다가
순하고 겁많은 초식동물 기니픽인 첫번째 놈(위에 혼자 있는 사진의 녀석)을
거의 충동적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들은대로 겁도 많았고 순했는데 문제는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면 창가에 놔둔 케이지 속에 오두마니 엎드려 있는 그 모양새.

해서 아무래도 친구가 필요하다-하고 생각한 나는
펫샵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분양,가정분양등을 인터넷으로
철저히; 검색한 끝에, 홍대에 사는 어느 갓스물 아가씨에게서
청사과4개와 바꾼 저렴한 몸값에 둘째를 모셔오고 말았다.
(홈플러스에서 온 첫째와 비교하면 13분의 1 금액인데..-_-;;
두 녀석 나란히 놓아보면 샵 출신 첫째가
덩치가 작고 부실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엾은 것)

이래저래 동물들은 첫대면에 잘 싸우기에 걱정을 했는데
케이지에 들여놓는 순간, 온몸으로 외로웠음을 표현하며
둘째의 턱 밑으로 파고드는 첫째 놈!!

남자들이 그토록 절절하게 말하곤 하던
남자들끼리의 칙칙한 동거를 놈은 진심으로 기쁘게 환영하고 있었다.

채식주의 친구들답게 렌즈 앞에선 겁먹어버려 부동자세.찍기 좋다.
(옆에 삐져나온 것은 우니씨표 급조 특제(?) 건초랙.
아로나민골드의 상자와 포장끈으로 만들었다)


기니픽이 둘로 늘어나자 기존의 케이지가 좁단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게...기니픽용 장도 아니고 토끼장도 새장도 아닌!
햄스터장인 것이다..-_- 개중엔 대형 사이즈라지만,
햄스터들 덩치를 생각할 때 아무리 초거대라 해봤자...
그래서 오늘,놈들의 새 집을 구입해서 셋팅해 주었다.
파란 햄스터장따윈 치워 버리고.
오늘부턴 상큼한 연두빛 토끼장!...이다...;;
(한데 이것도 막상 보니 그리 크지 않아서 자랐을 때가 걱정이긴 하다)

초식동물용이면서 괴상하게도 생선이 포함된 핑퐁 사료도 안녕,
이름도 거창한 알팔파 건초와 알팔파큐브,펠렛등과의 만남이다.
나의 금전적 출혈과 쇼핑몰측의 무성의에 대한 갈등과
결국 커다란 택배상자가 사무실로 도착해
무슨 홈쇼핑의 여왕같이 된 쪽팔림을
놈들은 열화같은 성원으로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나도 고이 아끼던 약상자를 얼기설기 잘라
손수 건초통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애용하는 네이버 지식인 어딘가에서
기니픽은 순수하고 심성이 여리고 욕심도 없는 동물이란 말을 보았다.
맞는 말 같다.
하지만...
욕심 부분은 그 분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닐까?
아무래도 식탐,먹는 욕심은 장난이 아닌 것 같다.-_-
(특히,첫째 놈. 조그만 것이 먹을 것을 보면 광분하고
둘째놈이 먹지 못하도록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치밀함을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