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빛 사막의 모노크롬 용병대 에서 g-32호님으로부터 받은 문답. 트랙백합니다.

1. 정말로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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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어딘가의 레어스테이크 자랑샷에서.;

'덜 익은' 고기... 그닥 된장스런 기분에서가 아니라 그냥 전 육식동물인가 봅니다
고기가 좋습니다 특히 저렇게 나 큰 고깃덩어리야 하며 티내는 것을 뭉텅 썰어먹는 기분이란
아음... 그 두툼한 무게감하며 중후한 색감 속에 깨는 붉은 색과...그 물컹한 식감...

2. 그 음식에 대한 느낌을 그림이나 동영상으로 묘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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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그런 고깃덩어리를 먹는 장소나 뭐나 생각하면 나름 맛도 분위기도 간지폭풍이네요(?)

3. 그럼 두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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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어딘가의 가게 메뉴 찍은 것 퍼옴

누가 뭐래도 김치볶음밥? 저렇게 치즈를 곁들여 준다면 느끼함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양파나 녹색 완두콩이 들어가면.... 사랑합니다.(?)
하지만 역시 김치의 질이 최상이라면 다 없이 김치와 밥만으로도 황홀합니다.

4. 그 음식에 대한 느낌을 그림이나 동영상으로 묘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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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역시 김치와 쌀밥 맛이 메리트?; 살 맛 납니다;

5.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 본 음식중에서 가장 끔찍한 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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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다는 감자조림은 아니지만..외형이 젤 가까워서 미안

작년 도전했다가 실패한 감자 조림..-_-...
간장과 설탕 물엿등을 반복하다가 어느덧 한 조각 먹어보니 이미 이 세상 것이 아닌 맛이 나서.
냄비째 갖다 버리고 말았죠.......... (감자는 좋아한다고, 또 3개나 쓰셨음)

6. 당시 그것을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을 그림이나 동영상으로 묘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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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By One,간단 채색은 내가..

..그렇지 울고 짜도 소용없지.
결국 내가 만든 거고 이미 태어난 마계 감자조림은 평범한 감자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영원히이이)

7.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 본 음식중에서 두번째로 끔찍한 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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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실패한 음식의 사진은 아니지만..미안요

얼마전 시장에서 사온 알 수 없는 오이지같기도 하고 그냥 오이같기도 한 이상한 무침.-_-
오이지 자체도 이상하게 그냥 싱겁고 밍밍한데 무침 양념도 뭔가 힘이 없습니다.
결국 전체적으로 밍밍하기만 한 가운데 묘한 치약같은 풍미가 살아 있는 이상한 음식..

8. 당시 그것을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을 그림이나 동영상으로 묘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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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 입은 인제 변기통 수준인 겁니다... 왜냐하면...
돈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아직 그걸 깨작깨작 먹어 없애고 있으니까!!

9. 바톤을 넘겨드릴 분
흥미가 동하는 누구든지 가져가 준다면 저로서야 감사감사 안심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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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오랜만이죠-_-...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네요.
4월말경 받은 문답바통을 이제서야 올리고 있다니. 32호님 죄송합니다ㅜㅜ;;

2008/05/15 13:03 2008/05/15 13:03

내일은 이미 나도 세포단위로 상태가 다르고, 세상도 아마 원자 단위? 이상 상태가 다르다.
이미 완전히 달라진 세계
그러니까, 정상적인 날도 사실은 단 하루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적인'이라는 표현 자체가 아주 우스워지는 순간
오늘 실패했어도 내일 나아지면 된다고 누가 그래. 그런 말 개나 줘라.
그 상태로 일주일이 흘렀다면 일주일, 4달이 흘렀다면 4달. 이미 실패는 해놓은 거야.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매일매일 어딘가 남겨두지도 못한 채 잊혀지는 내 수많은 것들이 무섭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지도 벌써 며칠이 흘렀지. 난 회사에서 집에서 길거리에서. 모니터 앞에서 티비 앞에서
누워서 무슨 생각들을 했나. 누구와 무슨 말을 했나.
거의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이미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음 사랑하지 않나? 그 이전에 사랑이란 것의 정체는 대관절 무엇이려나
나도 당신도 판단이 옳았는지는 좀 더 지나봐야 알게 되겠지만.
어쨌든 아마도 모든 것이 전같지는 않을 것이다...

10대에는(좀 봐주면 뭐 한 20대 초까지는) 감성적이면서도 청춘의 치기어린-그래도 매력있는-
그런 것들이었을 수 있는 생각이나 말들이 이제 와서 내가 구사해 본다면?
대체로 유치하거나 뜬구름잡는 몽환적인 그런 것으로 받아들여질지도..어쩌면 모른다.
(누가 그랬었나. 최근. 우리 나이는 이제 결혼 주가가 한창인 때라고.
아. 무섭다. 내 마음은 아직도 스무살 그대로 미숙한 것만 같은데 벌써 그렇게까지 왔나;;;)

온갖 우울과 감각적인(?) 대목들을 빼곡하게 매일같이 일기장에 채우는 그런 시절은 아마 이젠 오지 않겠지
이 즈음 사람들은 대부분 잘 맞춰지고 현실적이고.무리없는 것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시작하고
몇 방울 에센스마냥 걸러내고 걸러내서 간혹 드러내는 속마음들은 더욱 고농축에 건조하달까?;
실수로 드러낸 내 솔직했던 단순한 말들은 상대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만약 그게 상대에게 필요하다면. 다시 돌아와서 나를 공격하는 데에 쓰여 버린다.
나뿐 아니라 그래서, 갈 수록 다들 갑옷을 둘러치고
기왕이면 호감을 사고, 안되더라도 상처를 최소화할 또다른 얼굴을 준비하느라 급급한 것 같기도
슬프게도 이 나이먹고도 나는 아직도 그런 것엔 서투른 모양

에음. 그럼 오늘은.
평소에 나태하게 시간을 낭비하면. 정작 시간을 필요로 할 때는 쓸 수 없다는 당연한 교훈을 다시 얻었다.
아침, 샘플을 짜내면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방문객
이웃집의 수도관이 내 방도 지나간다는 이유로 들이닥쳐서 장판 아래 시멘트를 뒤집어 놓고 갔다.
방문 직후부터 출근하기까지 어찌나 당황했던지 손바닥에 짰던 샘플이 어디 닦였는지 다 사라졌음.
물론 일분만에 되는 작업은 아니었기에 만약 내가 성실했더라면,(그리고 손이 빨랐더라면) 
이런 날 탄탄한 신뢰나 전폭적 지지(?) 아래 휴가나 반차 정도는 무리없이 쓸 수도 있었을 것이고
시멘트를 깨부수고 있는 이방인들을 내 방에 두고 나오지 않아도 되었고.
와일드한; 인부들한테 내 방 열쇠까지 덜렁 맡겨버리는 주인집을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덕분에 내내 속이 쓰렸다. 내가 밉고 한편 이런 내 어리석음이 측은해서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난 아무 할 말도 없으며. 결국 남이 나의 그런 거 알바는 아닌 것이다.

어쨌든 돌아와서 시멘트 가루와 발자국이 찍힌 방바닥은 다시 쓸고 걸레질을 했다.
자리를 이탈했던 가구들과 물건들도 원래대로 다 돌려놓고 보니
이거. 나 꽤나 깔끔해진 거 아니야?;;; 인부들이랑 주인집이 깔끔하게 해놓고 산다며 말했었는데,
잘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굉장히 어지럽고 음식이 썩어나가는 방에서도 사실 잘 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딴 이야기인데 왜 자기 전에 불을 완전히 끄는 게 새삼 무서운 것일까
세상이 흉흉해서일까, 아니면 난 원래 좀 이랬나? 병적으로 될까 조금 두렵기도 하다.
불꺼진 방에 누워서 자꾸만 커튼 뒤를 응시한다.

한솥도시락이 있어서 좋다. 내 사랑 김치볶음밥 곱배기....
또 며칠인가는 순대를 사와서 티비 앞에서 꾸역꾸역 먹었던 것 같다.
회사와 방에 스파티필름?이라는 강인하기로 정평난 식물을 하나씩 들여 놓았다.
과연, 허옇고 도무지 화려함이라곤 안보이는 그런 꽃을 하나씩 피워 올리는 중

대여점에서 '소라닌'이라는 비인기스타일 만화책을 보고는 그 청춘의 우울에 완전 흐느적되어서
그 작가의 국내에 들어온 단행본들을 막 찾아 질러 버렸다.
그러는 김에 이번에 또 나온다는 애플 컬렉션 도스도 같이 질렀다..
혹자들은 역시나 살만한 가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같지만 난 이런 것 좋다고 생각하는데...

곧 여름이 온다 햇살이 좋았던 주말쯤에 충동적으로 염색을 했다. 아마도 2년쯤 전과 비슷한 색이었는데.
거울을 보니 그때와는 나는 뭐랄까 이미 세포 상태가 틀려 완전 다른 존재라 음... 코드가.
속은 시끄럽다. 대충 이젠 나이 모델에 얼추 맞춰보자, 점잖아져야(그런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그런 게 어딨냐며 죽을 때까지라도 내 바라는 대로 하고 살겠다는 뭐 그런 목소리도 있고

굼벵이가 몸 뒤집는 속도긴 하지만 조금씩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전의 그리고 어쩜 앞으로도 예측못할 파란만장한 시간들.
그러다가 끝 허.허무해.

2008/05/15 03:44 2008/05/15 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