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슨 생각인 건지 당장 잠들어도 다음 날 아침 후회를 연발할 시간대인데
문득 컴퓨터를 켜고 이 블로그의 방명록 글들을 쭈욱 읽어 보았다.
어라 나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문체를 꽤나 구사해 왔구나....-_-
현재는 그 가식과 허영이 넘쳐흐르는 문체만큼은 그나마 좀 씻겨 나갔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나도 잊고 있었던 지나간 자취들을 읽으면서 왠지 알 수 없는 기분
그래, 아무 자각도 없이 (더)밝은 미래를 맞을 수도 있었을 계기들을 간단히 발로 차버린
뭐 그런 일들도 있었고 그 당시에만 해도 너무나 가까운 것 같던 사람들 중에 이미 자취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들도. 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몇년간 나의 예측불가했던 행보. 황폐하다면 더욱 황폐해진 마음?
아직도 난 아주 매끈하게는 다듬어지지 않았고 하지만 이젠 그걸 젊은 혈기라며 우길 수도 없다.
...아마 더더욱 나이값을 못하는 듯 보이겠지
그래서, 그 옛날의 누구라도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아마 난 눈을 피하겠지 그런 느낌?
복잡한 생각할 거 없이 닥쳐온 날들 살아 있으니까 그냥 또 살아갈 뿐이지 생각하다가도
과거와의 대면을 상상해 보면 무한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그렇구나. 왠지, 한 때는 늘 지니고 있던 것 같은 어떤 이상한 도취 상태같은 게 이젠 없어졌다.
나쁘게 말하면 건조하고 무감정하고, 좋게 말하면 무뎌졌달까
요 사이 간혹 누워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다가 잠드는 것인가?
이상하게도 잠들어버리는 단계가 없이 생각을 하다가 바로 눈을 뜨니 텀없이 아침;이라는 그런 일들이 생긴다.
잠도 못자고 밤새 뭘 생각한 것인가, 싶어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지만 잘 떠올려 보면
뭔가를 생각했다는 식의 기억같은 것만 있고 구체적으론 뭐였는지 모르겠다거나, 혹은 기억난 것이
말도 안되는 류인 경우도 있어서- 아마 생각을 하는 꿈을 꾸었나 보다 라고 여기기로 했다.
즉, 자긴 잔 거야. 그러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말지어다.
현재의 나는 정말이지 단순하게도 잠자는 것이 너무나 기다려지고, 너무나 소중해서 죽겠다.
아니 정확히는 잠들면 의식이 없으니, 누워서 잠을 청하는,바로 그 순간을 매일매일 기대하고 있다.
난 분명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놀고 싶어하던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이게 어찌된 일이야 나이가 들었다. 푸석푸석한 세포. 피곤한 무표정,그리고 빈약한 몸뚱아리?
최근 과거에 내가 그렸던 미완 만화를 모티브로 했던 노래-라는 굉장히 과분하고 영광인 선물을 받았었다.
(감사해요 매일 한 번씩 듣고 있습니다)
그걸 듣고 있자니 만화를 그리던 그 당시가 생각나서 굉장히 음....
이젠 메말라서 아마 미완된 내 원고들은 대부분 다시 이어그릴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예정됐던 스토리대로 그리면 된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도 마음에도 너무나 깊고
-물론 그림도 굉장히 차이가 나게 되었다-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 같은 게 생겨 버려서
거의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그래도 그 날 이후 그 중 한 개는 이어갈 수 있으려는지 자꾸 장면들이 떠오르고 있다-_-
끊어진 바로 다음의 장면부터는 내 기준에선 꽤 과격하게 흘러갈 예정이었었고..
그냥 만화 캐릭터치고는 꽤 개인적인 나레이션도 있었었다. 뭐 그때는 그런 생각이었다고...
개중 메마르고 황폐한 정서를 가졌던 이야기여서 어쩌면 현재와도 그나마 접점이 있는 모양이지.
게으름을 좀 그만 떤다면 분명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좋으니. 언젠가 누군가를 움직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버리지 않았던 듯 하다. 그림은 수단이야 하면서도 일하며 채워지지 않는 것은 아마 그런 거겠지
사랑스러웠던? 사람들이란 존재는 어느샌가 냉정하고 때로 치사한? 관찰의 대상이 되어 버렸고
사랑받고 싶다느니 사랑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은 어느샌가 거의 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나로선 감히 내뱉지도 못할 간지러운 그 프로필을 잘도 썼었다.
자 내일(오늘?)을 위해서 이젠 자야지. 꿀같은 잠
그리고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그리자 (일)그 사이에 나를 위한 것도 그릴 수 있다면 대만족이겠지